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정부가 오르는 집값을 잡기위해 지난한 투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 왜 집값이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 번째 매도 출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3년 연속 지난 30년 중 최대 공급량을 기록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매매든 전세든 시세가 빠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서울은 전세·매매 모두 시세가 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규 공급은 늘었으나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중 입주 물량은 최대였는데 거래량은 왜 적을까? 매도할 사람이 줄어들어 시장에 매물 적어졌기 때문이다. 매도할 사람이 적은 이유는 매도할 수 없는 조건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조정 대상 지역에서 집을 팔려고 하면 기존 세금에 양도차익의 10~20%를 더 내야한다. 또한 임대 사업자는 의무 보유 기간인 8년 이내에는 집을 팔 수 없다. 안정적인 임대 물건을 확보하고자 법을 만들었지만, 시장에 매물을 8년간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사람들이 집을 파는 것을 막고 있으니, 시장에 매물이 사라지게 된 것이고 앞으로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예상되기에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지난 2019년 8ㆍ2대책과 후속책은 모두 매물 실종만 부추겼다. 8ㆍ2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전 부동산을 팔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지 않은 것은 정부가 디테일에 얼마나 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주택 매도 물량을 늘리기 위하여 2020년 6월까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중과 배제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매도 물량을 늘리기에는 부족하다. 지금의 규제일변도 정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도 보완하고 수정되어야 한다.
현 부동산 정책은 매수·보유·매도를 모두 막고 있다. 출구 전략이 없다.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인상 정책이 ‘주택 처분 증가→집값 안정’이란 소기의 효과를 내려면 정부는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등록세) 인하 등 ‘퇴로’를 함께 열어줄 필요가 있다.
둘째, 두려움 때문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부동산 시장에서는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과 잃지 않으려는 공포가 요동친다. 시세가 오르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환상이 퍼지고, 사지 않는 사람은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긴다 서울 집값 폭등 현상은 실수요자 ‘불안 심리’가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로 치환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최근 30대가 과도한 차입을 하여 부동산을 구매하는 현상이 단지 투기적 심리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서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50%가 되지 않는다. 집값이 더욱 높아질까 두려워하는 무주택 30대가 지금이라도 집을 안 사면 영영 서울에서는 내집을 소유할 수 없다는 불안심리가 강력한 매수세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실과 이익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반응한다. 즉,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집을 매도만 하고 새로운 집을 매수하지 않은 사람은 불안에 시달린다. 집값이 잠시 떨어졌다 다시금 오르는 현상을 수없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값이 다시 꿈틀거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집을 잘못 판 것 같고 어떻게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지금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집을 팔았다가 다시는 집을 살수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집을 선뜻 팔지 못한다. 이들은 나중에야 값이 오르건 말 건,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고, 우선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인간의 탐욕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셋째,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 때문이다.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저금리는 경제의 생산 측면을 자극해 확장 기제로 작용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저금리정책으로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은 기업투자와 주식투자로 흘러가기 보다는 부동산시장에 스며들어 부동산 가격에 거품을 만들었다.
정부는 그 동안 LTV, DTI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매수를 억제하였다. 하지만 강력한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바로 전세자금 대출 때문이다. 투자용으로 서울 내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경우 담보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지만 전세대출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전세로 들어가는 경우가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12.16 대책에서 시가 9억 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하고 2개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해당자의 전세자금대출을 바로 회수하도록 하였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가계대출 잔액 유지 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넷째, 직주근접 현상(직장과 주거지를 가까운 곳에 두려는 현상)의 선호 때문이다.
52시간 근로제의 도입 이후 오후 5시에서 6시 전후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여성 출퇴근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주택시장에서 ‘직주근접’의 선호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직장 여성들일수록 육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직주근접 현상의 선호는 더욱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인 가구는작은 방일지라도 주거지가 대부분 근무 지역을 중심으로 몰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도심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이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3기 신도시의 ‘교통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핵심지역으로 쏠리는 수요를 잡기는 역부족이다.
다섯째, 인구는 줄어드나 세대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는 가구 구성원이 줄어드는 것이지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변적 통찰관점에서 인구감소가 당장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시의 인구는 2010년 1천만 명 내외에서 2011년 봄 1060만 명을 정점으로 2019년 상반기 1004만 명으로 대략 10년간 56만 명의 꾸준한 인구 감소가 있었다. 하지만 세대수는 인구수 추이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시의 총 세대수는 2010년 410만 세대에서 2019년 430만 세대로 약 20만 가구 정도 증가한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세대수가 늘어난 요인은 가구당 세대수 때문이다.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대 구성원이 5명 전후의 세대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아무리 세대당 인구가 많은 지역도 평균이 3명이 안 된다. 서울은 세대당 2.39명이다. 이는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거주했지만, 지금은 1인당 방 1개 이상의 공간을 쓰고 있다. 이 뿐만 아리나 과거 한 세대가 2~3세대로 분화되면서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하게 되었다. 토지 활용에 제한이 있는 서울에서는 면적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1980년대부터 인구 감소를 겪은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도시는 집값이 올랐다.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이 대도시로 쏠렸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 감소가 집값 하락을 추동 하겠지만, 대도시에 인구가 몰리는 지금의 현상과 세대수가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는 인구의 감소가 집값 하락에 당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인구수보다는 세대수가 집값을 결정하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섯째,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선거자금이시중에 대거 풀리는 데다 각 후보들이 지역개발을위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면서 부동산 값도 덩달아 들먹이게된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며, 집권 중인 정권의 목표는 재집권이다. 정치인의 욕망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구의원, 시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후보들까지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이들은 다음 세대가 아니라 바로 앞의 선거만을 생각한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집값 안정’이 아니라 ‘표’이다. 일부 유권자들 또한 표심을 무기삼아 각종 지역개발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선동도 한다.
일부에서는 선거기간과 비선거기간의 지가외 집값 변화에 큰 차이가 없다는 비교수치를 들어가며 통념과 달리 선거와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발 공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나온 각종 공약과 부동산 가격을 연계시키면 분명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약이라는 정책의 무게 강도에 따라 곧바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아파트 값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태풍 급이 된다.
일곱째, 양질의 택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지역이 다른 생활권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대체 불가성이다. 서울에 양질의 주택지 공급이 부족하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바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서울에 새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만한 빈 땅은 거의 없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도심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도 집을 지을 만한 곳이 없다. 서울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지는 이미 다 활용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집값 상승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신규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주택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후화다.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새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주택정책방향은 신도시개발이 아니라 구도심의 재생 및 활력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
강남 집값 잡는다고 용적률 제한하고 재건축 규제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오히려 강남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만약 강남에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강남은 매우 인기가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통체증과 과밀을 감수하고라도 강남에 진입을 시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구밀도의 증가와 교통난으로 인해 생활환경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강남의 가치도 그만큼 하락하여 새로운 가격의 균형점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금 정부가 규제로 막아놓았다. 이미 강남에 진입한 거주자들은 규제 덕분에 균형점보다 더 높은 가치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택 가격의 결정요인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에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집값은 오른다. 규제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을 시행할 땐 경제학원론을 무시하고 공의만을 주장하면 쓰나미가 지나간 뒤 상처만 커진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가 금단의 기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서울의 재건축과 고밀도를 허용하여 양질의 택지를 공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재건축과 고밀도 허용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적절히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고 토지 기부채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언어의 율동보다 본도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