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가 조사업체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
매주 실시되는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는 수단이다. 매주 비공식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울수 밖에 없다. 국정 지지율에 따라 대통령 실질적 권한의 크기가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권 운영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10%p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과학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왜 여론조사 회사마다 다르게 나온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조사에 사용된 방식과 질문지 내용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답변 보기 개수의 차이에 따라 여론 조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잘함’와 ‘못함’의 양자 선택으로 방식으로 하는 2점 척도 방식과 ‘모름’이라는 선택지를 넣어 3자 선택방식의 3점 척도으로 하게 되면 3점 척도 방식에서 자연히 ‘잘함’의 비율이 적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대로 ‘잘함’, ‘못함’의 2점 척도 대신 ‘매우 잘함’, ‘대체로 잘함’, ‘대체로 못함’, ‘매우 못함’ 등 4점 척도로 묻게 되면 일반적으로 긍정평가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는 정치적 성향을 적극 드러내지 않는 사람의 경우 보통 ‘매우 잘함’ 보다는 ‘대체로 잘함’을 선택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잘함’과 ‘못함’으로만 답변을 나누게 되면 이들은 답변을 유보하여 중립’으로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 물론 2점 척도라고 하더라도 ‘중립’을 고른 사람들에겐 추가 질문을 하기 때문에 완전한 ‘중립’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처음부터 보기를 4개로 주어 질문하는 것보다 좀더 유보적인 입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둘째, 여론조사는 방법론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전화면접조사에서 높게 나오고, ARS에선 다소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야당보다는 정부나 여권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화면접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층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적극적인 응답을 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반면에 정부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전화면접조사를 회피하였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화면접에선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ARS 조사에선 부담을 덜 느끼고 의사 표현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전화면접 조사 보다 ARS 조사가 국정 지지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였다고고 해석할 수 있을까? 하지만 ARS 조사는 전화면접 조사보다 응답률이 낮아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ARS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덜한 무당층, 중도층, 정치 저관심층이 전화를 끊기가 쉽고, 이들의 응답률이 낮은 편이기에 정치에 관심이 많고 열성적인 양극단 지지층의 의견이 과대표집되기가 쉽다. ARS조사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면접원과 응답자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다보니 응답자의 거짓응답, 장난응답이나 불성실 응답에 그대로 노출되는 약점이 있다
셋째, 조사 모집단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각 여론조사 회사마다 ’표본추출틀‘이라 불리는 일종의 리스트뱅크가 있다. 그동안 조사했던 대상자들을 데이터베이스에에 저장해 둔 것이다. 문제는 이 리스트뱅크에서 ’정치성향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난 대선에서 특정 정치인 또는 정당을 지지한 사람이 과도하게 표집되어 있다면 무슨 조사를 하든간에 당연히 이 지지층들의 의견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정 여론조사 회사가 조사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 화사와 유달리 차이를 보인다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넷째, 여론조사의 응답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사회적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을 때는 응답률이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공포분위기가 조사 대상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이 현 정부에 대해 부정적 답변을 하면 자신도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조사를 회피하게 된다. 혹시 조사에 응하더라도 친 정부적 성격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가 조사결과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형식적인 규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것 외에는 공정성을 모니터링할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를 조사하는 여론조사 업체에 과잉 권력이 부여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정 언론사가 여론조사 수치를 기사 제목으로 뽑아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 자료가 아닌 편벽된 사실로 유도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맹목적인 불신이 공존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주체가 부실해진 결과이다. 정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다보니 여론조사라는 외적인 수단에 울고 웃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경도의 의존성을 높여 만능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제한적 합리성에 입각하여 여론의 전반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유용한 ‘도근점’ 정도로 인식하여야 한다.